저녁이 따스하게 감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본문 중-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작은 기쁨
만약 그가 지금 우리가 사는 것처럼 살아야 했다면 그는 얼마나 긴 한숨을 내쉬며 괴로워했을까!
절제.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산다는 조급함에 쫓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을 둘러보는 일에 익숙한 어떤 사람이, 바쁜 일상 중에서도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쪼개어 몇 점의 대작만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낸다면 그는 그것으로 오히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절제된 행동 습관은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다.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뼘의 하늘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며 늘 전전긍긍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며 항상 따분해하는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날마다 벌어지는 사소한 기쁨들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고, 거창하고 짜릿한 쾌락은 휴가를 즐길 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낼 때 조금씩 맛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거창한 쾌락이 아니라 사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절대 잊지 말라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무위의 미학
동양에서는 아직 시간이 나뉘어지지 않은 채 도도한 물결이 되어 세상의 갈증을 채워 주고, 바다의 소금이나 천체의 불빛처럼 영원히 마르지 않은 채 흐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통해 의식이 깨어 있는 생활을 벗어나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고 도달하기 힘든 자아 망각의 시간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오늘
내일, 내일은 어떻게 될까?
슬픔, 근심, 약간의 기쁨,
무거운 머리, 쏟아붓는 포도주.
살아라, 아름다운 오늘을!
잠 못 이루는 밤
잠은 자연이 주는 귀중한 선물이자 친구이며, 피난처이고 마법사이자 나를 따스하게 위로해 주는 손길이다.
잠 못 이루는 한밤중에 우물물 소리를 엿듣다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베일에 가려진 삶의 마지막 진실을 공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 길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며 인내심을 발휘하게 된다.
꿈
밤이 창문으로 차가운 입김을 불어 대고
회색 어둠 속에 안개처럼 아스라이 윤곽을 드러낸다.
내면의 부유함
쾌락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낮 시간을 살아가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하루 동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다.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당신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했다면 곧 기분 좋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며, 미래는 든든하게 여겨지고, 삶은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밤의 인사
불쌍하고 혼돈에 휩싸인 무리들,
별도 없고 운도 없는 뱃사람,
낯설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있는 그대,
나의 인사에 응답하라!
외로운 밤
나는 권태로운 순간에 놓여 있을지라도 그 삶을 완전히 소진하여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는 것으로 그 권태를 외면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선과 악에 무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저항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이미 결정된 것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
한밤중에 떠나는 행군
영혼이여, 영혼이여, 신호를 받아들여라!
드넓은 광활함에 몸을 씻어라!
신이 너의 어두운 길을
환한 길로 인도하리니.
오래된 음악
지는 태양처럼 화려하고 장엄하게 곡을 마무리 지은 뒤, 영혼을 빛으로 가득 채운 채 아무 말도 없는 세상을 뒤로 하고 홀연히 떠났다.
혼자 걷는 길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삶의 곡선이 서서히 위를 향해 올라간다. 입에서 콧노래가 술술 흘러나온다. 이제는 걸어가다가 예쁜 꽃을 보면 눈길도 주고, 지팡이를 이용해 장난도 치고, 그렇게 생동감 넘치게 살아간다. 다시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앞으로도 위기는 다시 극복할 것이고, 더 자주 그렇게 될 것이다.”
2부 조건 없는 행복
도시
도시 발전과 폐망,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땅이 초록색으로 점점 더 윤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관계
탁한 강물의 거친 소망과
열에 들뜬 우리의 천방지축 꿈이
아직 한 번도 쉬지 못한 태초의 영혼에 잠겨 있다.
그렇게 우리는 손에 횃불을 든 채
태고의 불길을 먹고 자라면서
영원히 새로운 태양을 향하여 걷는다.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내일, 아니 모레쯤이면 잊히고 기억 속에 사장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은 지금 내가 있는 오늘의 이 순간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숱한 날들처럼 심연을 알 수 없는 나락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행복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당신의 영혼은 쉴 수 있게 되리라.
유일한 능력
인간이 자연의 잔혹한 장난감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너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연의 무시무시함과 무질서함을 자기 마음속에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거친 자연의 모습에 맞설 수 있고, 그곳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 노력할 수 있다.
한 편의 일기
아침 여명보다 더 흥분되고 설레게 하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어둠 속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흰색, 회색과 검은색 바탕 위에 생기는 균열. 그것이 지금 내가 보는 풍경이다.
내게는 둘 다 같은 이야기
지옥의 비명으로 신이 나를 부르든
천국의 태양으로 나를 인도하든
내가 그의 손길을 느끼는 한
내게는 둘 다 같은 것이 되었다.
예술가와 심리학자
무의식적인 것, 통제받지 않은 생각, 꿈. 그것은 머릿속에 유희적인 심리학이 떠오르는 것을 억압하지도 않고, 형성되지 않은 무의식의 무한함에 모든 것을 다 내주지도 않았다. 다만, 숨어 있는 원천에 귀를 쫑긋 기울인 다음 혼돈에서 비판과 선택을 결정했다.
쉼 없이 달려감
그대는 잠시 안식을 취할 뿐
다시 새로운 고통을 찾아 나간다.
성급하게 뜨는 샛별처럼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 차 있다.
흐린 하늘
그런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겨서 고통을 받는 것이 다음에 찾아오는 축복의 순간을 더 큰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시기에는 자연으로 나가서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당신도 그것을 알까?
그런 날 당신은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처럼
잠자리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쾌락과 웃음은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지고,
당신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다.
당신도 그런 것을 알고 있을까?
두려움 극복하기
모든 그리움은 죽을 향하고, 휴식을 원하며 그것들의 목표는 신이다. 결국 신에게 다시 돌아가 신의 곁에 머무는 것이다.
내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하면 오늘과 현재를 잃게 되고, 그것과 관련된 현실을 잃어버리게 된다. 넉넉한 시간과 관심은 고스란히 오늘을 허락하라!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이런 암울한 시간에도
사랑하는 벗이여, 나를 허락해 다오.
기분이 상쾌하든 우울하든
난 삶을 결코 탓하고 싶지 않았다.
햇빛과 악천후는
둘 다 하늘의 얼굴.
달콤하든 씁쓸하든, 운명은
내게 훌륭한 영양이 되리니.
영혼은 얽혀 있는 길을 간다.
그것의 언어를 배우라!
오늘 그대에게 고통이었던 것이
내일은 축복이 되리라.
신을 믿지 않는 자들만이 죽음을 택한다.
신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처절한 괴로움과 유쾌한 즐거움을 통해
심오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아버지의 부름 같은 것을 받고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그런 곳.
우리는 그 마지막 계단에서 비로소
쉼을 느낄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 가꾸기
절망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정당화시키려는 진지한 시도가 만들어 낸 결과다.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또다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다시 밝은 빛을 보고자 한다면 슬픔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만 한다.
한 편의 동화 - 험난한 길
잠시 멈춰 서서 이 외로운 꽃에 눈길을 준다면 슬픔과 절망이 겹친 우울함이 너무나 커져서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내 영혼은 의미도 없고 망상만 가득한 이 참담한 곳에 영원히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른다.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
병상일기
여섯 줄의 선으로 이루어진 연필 스케치나 네 줄의 시와 같이 아무리 하찮은 예술 작품도 과감하고 맹목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고 단호하게 뛰어들어 호두 껍질 안에 숨어 있는 혼돈을 창조해 내려 한다!
명상
그것은 독이 아니라 단지 고독이 변한 것일 뿐이었다. 우리가 받아들일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며 고맙게 받아 마실 줄 모르는 것은 모두 독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생명이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온갖 죽음
그러면 그리움은 나를
모든 형상으로부터 잡아채어
마지막 고뇌에 이르는 계단으로
인간이 고뇌로 이끌어 가리라.
휘파람 불기
휘파람이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삶을 긍정하기
항상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쓴다고는 하지만, 유머리스트들이 내세우는 제목과 주제는 모두 구실에 불과하다. 사실상 그들의 주제는 예외 없이 단 한 가지 뿐이다. 즉 별난 슬픔과 더러운 인간사, 그리고 삶이 그토록 비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근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다.
삶을 받아들이기
나는 인생이라는 그들의 연극을 보면서 때로는 슬퍼하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그 연극의 비밀스러운 게임 규칙을 알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심리학
돈에 대한 콤플레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
나태함이 이성보다 더 강하고, 게을러서 살찐 배가 조심스럽게 호소하는 정신보다 더 강하다.
시인이 부르는 죽음의 찬가
그러나 나는 이제 그만 저 세상에 머물러
태어나지 않은 채 무無의 상태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피안의 세계로
사라지고 싶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웃고 웃고 웃고 또 웃으리라……….
불가능한 것을 다시 시도하기
어떤 인생 문제에 깊이 빠져 있을 때 일부러 찾지 않았는데도 바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어딘가에
인생이 사막에서 나는 정처 없이 방황하며
무거운 짐에 겨워 신음한다.
그러나 거의 잊어버렸지만 어딘가에
시원하고 그늘지고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아득히 먼 꿈속 어딘가에
영원한 안식처가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그곳에서 영혼은 다시 고향을 찾고
영원한 잠, 밤 그리고 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한탄
언젠가는 돌이 굳어서 영원해지리라!
그때를 그리며 우리의 갈망은 언제까지나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불안한 전율만이 영원히 남아
우리의 길에 결코 휴식은 없다.
여름날의 기차 여행
예수 그리스도조차도 이제는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현대인들의 눈에는 그 또한 돈키호테 혹은 그들의 어리석은 표현대로 라면 ‘낭만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불꽃놀이
우리는 인도 사람들의 생각대로라면 시바 신이 새로운 피조물에게 자리를 마련 해 주기 위해 춤을 추면서 세상을 마구 짓밟는 그 최후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밤의 사색
보라 우리 위에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은총이자 피난처인 정신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방황하는 자녀들을 위한
약속과 위로를 가득 담은 채
정신은 많은 자녀들을 어머니에게
되돌려 보내는가 하면
다른 자녀들은 빛으로 데려간다.
기뻐할 줄 아는 능력
영원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그러한 언어에서 듣는 사람은 기쁨과 지혜, 재미와 감동을 얻는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신에 대한 의심을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으며 감각 덕분에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감각’이라는 것은 바로 당연한 것의 일치, 혹은 세상의 혼란을 통일과 조화로 예감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파랑 나비
나에게 눈짓하는 행복을 보았다.
반짝반짝 빛을 뿌리며 사라져 가는 행복을.
아름다운 삶의 비결
한 가지는 내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천성이라는 위대한 유산이고, 또 한 가지는 그래도 생산적인 삶을 내게 부여해 주는 상황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나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때문에 내 삶은 종종 지옥이 되곤 한다.
올림사음과 내림가음
그대가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
그대가 꿈꾸고 체험하는 것
그것이 기쁨이었는지 혹은 슬픔이었는지
그대는 확신할 수 있는가?
올림사음과 내리가음, 반음내림마음과 반음올린라음
그대의 귀는 그런 것들을 구별할 수 있는가?
세상이여 안녕
세상이여, 안녕.
예쁘게 꾸며
다시 윤기 흐르는 젊음이 되거라.
우리는 그대가 우리에게 허락한 행복과
고난을 이제는 더 이상 맛보고 싶지 않다.
삶의 고통과 슬픔을 이기고 무의미에 맞서는 법 - 옮긴이의 말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성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8) | 2024.03.05 |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홍대화 (2) | 2024.02.27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김희정 (2) | 2024.02.26 |
The Great Stone Face 큰바위 얼굴. 나다니얼 호손 (0) | 2024.02.18 |
천로역정. 존 번역 (1) | 202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