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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나는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 확실한 건 한때 마음을 괴롭히던 틀린 선이 나중엔 신경 쓰이지 않더라. 흠 없는 인생은 없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어떤 일도 인생의 그림에서는 점 하나의 흔적에 불과하다.
- 인생, 뭐 별거 없더라.
- 그림이나 인생이나 지우는 거에 미련을 두지 말자.
- 끙끙댈 필요 없이 구구단 같은 경험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게 그림이나 인생에는 은근 많다.
- 인생도 그렇다. 조급해서도 안 되고 게으르지도 말아야지. 뭐든 때를 잘 아는 게 지혜다.
그림 그리면서 알게 된 것들
- 생각이 멈추면 근심마저 어느새 사라져 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더라.
- 생각을 안 하려고요. 생각을 멈추면 그제서야 느껴져요. 내가 안과 밖 모든 것의 일부라는 걸요.
-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꽃, 별, 웃음, 농담, 이런 거들.
-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쓸모없다’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꽃을 사거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일, 카페에 앉아 사색하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 같은 게 ‘무용’한 것이라면 난,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 지친 하루의 끝에서. 마음의 벽을 세우고 상처받기 싫어 버둥대며 사는 요즘인데, 오늘의 노을처럼 한두 번의 터놓음이 있다면 적어도 힘겹지는 않을 거라 위로를 해 본다.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물 70%, 감성이 무려 30%로 이루어졌다.
- 486, 5882, 0127942. 쾌쾌한 일상을 사부자 들춰 보면서 내가 살아온 궤적의 잔잔한 에피소드를 꺼내 보는 꽤 재미있었던 하루.
- 녹슨 닻. 사람도 이름이 특이하면 관심이 더 가더라.
- 작품명 : 생명나무. 반복되고 겹쳐 있는 무한한 수의 선들은 생명의 순간을 표현한다. 수많은 선들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밝음’과 ‘어두움’의 굴곡이 만들어지는데 이건 마치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다. 특히 깊고 짙은 어둠을 거칠게 생채기처럼 표현했다.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상처는 오히려 잘 살고 있다는 증명일게다. 저 짧은 하나의 획이 사람의 회로애락 중 하나라면 결국 ‘생명’은 이런 희로애락의 얽힘으로 만들어지는 ‘나무’ 같은 것이 아닐까?
- 줄지어 피어있는 하얀 벚꽃을 보면 ‘후시딘’을 바른거 같다고 생각했다. 겨우내 추위와 싸우다 생긴 황갈색 상처가 가득한 산에 ‘벚꽃후시딘’을 바르면 이윽고 연두색 새살이 돋는다.
- 아포가토. ‘단, 쓴’과 ‘차, 뜨’의 어색한 조합의 아포가토를 맛보고는 정해진 형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에는 이 세상이 내 상식보다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람 사이도 어색한 극과 극이 만나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며 짓궂게 별생각을 다했다.
- 잘하고 있어. 내가 좋은 건 남들도 좋은 거니까 이왕이면 말 좀 세련되게 해야겠더라.
- Hey, Siri. 무던함은 상처로 생긴 딱지에 가려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무던하다고 괴로움을 모르지는 않더라. 내게 무심했다면 그건 내게 관심이 없었을 뿐 누구에게나 그러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림은 손재주가 아니라 눈재주다
- 안목(眼目) :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 멋진 걸 보는 눈 <-> 선입견.
- 시선. 오해가 만든 후회 가득한 관계는 이제 점점 줄여가는 나이가 됐으니까.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으니까. 가만있어 봐, 그럴 수도 있을 꺼야. 아마.
- 이기주의 스케치, 내 맘대로 인상주의.
- 높은 곳에서 멀리보기. 어스름하게 뭉개져 형체를 알 수 없이 멀리 있다 할지라도 코앞의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 저 먼 곳에 희망의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꽤 위로가 된단 말이지.
- 매일 다니는 길에서 길을 묻는다. 익숙함이 무례함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으니까. 무례함이 익숙함이 되는 건 최악이니까.
- 전지적 관찰자 시점. 눈을 보여주지 않는 대화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매력 없는 대화에서는 오히려 눈을 피하고 만다. 굳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거지.
- 정겨움에 대하여. 어스름한 빛과 뽐내지 않는 사물들이 무질서하게 있는 것부터 그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 모습까지 똑같다.
- 사소하지만 신기한 것들. 사소한 것들에 반응하는 것이 사는 즐거움이라고 그림 그리면서 깨닫는다.
- 차은우가 되는 시간. 모든 풍경이 얼추 하나의 톤이 되니까 튀는 색 없이 이거나 저거나 나대지 않고 하나다. 워낙 말이 없는데다 표정까지 과묵한 나는 밖으로 표현하는 것마다 진지함이라고 눙쳤다. 어설픈 덕구의 안경을 그리면서 생각했다. 이제 정말 나로 살자.
어련히 그릴 수 있는 건 없어
- ‘어련히’ : 마음 근육도 단련과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그 감정으로부터 떨어져 시간을 가지거나 다름 사람들의 경험으로 단련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 위로의 위로. 심장에 굳은살 박일 만큼 중년이 됐지만 작은 상처에도 아파한다. 사는 게 그런 건데도 아직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파르르 떤다. 잘 아는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묻는다.
- 손은 몰랐을 뿐. 눈이랑 가까운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 남의 그림에 훈수 두고 평가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
- 계절이 부러운 이야기.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나무는 여름을 끝내고 빨리 가을로 변신하라고 어깨가 잡혀 재촉당하는 것 같았다.
- 끈기와 끊기. ‘끈기’로움으로 일과 삶을 구분하지 못하여 억척같이 살아온 게 대견하면서도 이제는 ‘끊기’로움이 필요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 타이레놀. 삶이 지칠 때 시선을 바꾸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울 때가 있으면 또 슬플 때도 있는 거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런 거니까. 그래, 어차피 돌고 도는 게 인생인데 차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여기는 편이 이득이다.
- 주문. 감정과잉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며 물고 물리는데, 그냥 놔뒀다가 마음이 헐고 너덜거려 휘청거린다. 주문 ‘그럴 수도 있지’
- 묵음. 말이 없어 존재감도 없지만 없으면 본래의 뜻이 망가지거나 틀린 게 되는 아주 중요한 존재.
아름답게 보는 재주
- 아름다운 것만 보면서 살 수 없으니 아름답게 보는 재주가 있다면 좋겠다.
- 그래, 거기. 조금 멀리 두고 보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 내려놓음. 사람 마음이란 게 한없이 넓은 우주이고 그 우주의 한구석 자리 내주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욕심이 너무 넓어 마음 한구석을 쉽게 내주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 선입견.
- 해남 땅끝 마을 안평리의 풍경. 사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다.
- 아버지 같은 서울역. 사람들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 각자도생. 무심히 각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연대하는 인간이다.
- 무감각 지대. 무감각이 가득한 곳이면서 도시의 소음이 아닌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서 내가 찾는 또 하나의 ‘도피성’ 같은 곳.
소실점, 만날 수 없어서 사라진다 했을까?
- 뭐가 보여? 시간을 더 멀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을 동그랗게 말아 손망원경을 만든다. 그리고 시간을 달려 내 인생을 5년 앞을 바라본다. 아 설레라.
- 평행선. 나는 나만 생각하고 너는 너만 생각하면서 같이 걷는 거야. 덜컹거리는 돌짝밭 시골길이라도 함께 걸으면 좋은 거니까.
- 쓸쓸함. 아픔은 마음의 통증이지만 서글픔은 쓸쓸함이라는 성분의 호르몬과 같은 것. 마음이 아픔을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막이다.
-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예찬. 내 삶에 아직 없어지지 않는 것들에 그때의 나를 투영하다 보면 내가 잘 살고 있는 거 같다고 뜬금없이 울컥하다가 이내 나를 토닥거려 응원한다.
- 깊이감. 모든 생각과 행동이 한 개의 점으로 모여 분명하고 단호한 모습이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감이 충만해서 뭐든 담아낼 수 있는 사람.
- 부동의 미학. 설렘부터 온도와 바람 냄새까지 소환시켜 심장부터 코끝까지 간질거린다. 누구나 한 가지의 기억은 있다.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
- 골목 예찬. 골목 끝 모퉁이를 돌면 뭔가 좋은 일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차 오른다.
- 대화 : 신이 허락한 감정. 신은 두려움만큼 공평하게 인간에게 사랑을 주신 거니까.
인생이 선긋기 같더라
- 오늘의 실수한 선을 지우지 않는다. 내일 그어질 선은 좀 더 곧게 그어질 거니까. 인생 참 그림 같아서 재미있다.
- 배 아파서 쓰는 글.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 ‘나의 시간’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 간단한 인생. 살아보면 의외로 간단해도 되는 게 많더라. 그림 그리다 인생을 배운다.
- 개망초. 꽃말 ‘화해’, 화해라는 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친 생각들을 거스리고 한 떨기 ‘이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하나 보다.
- 라떼를 좋아하는 이유. 이 맛이나 저 맛이나 그 맛이 그 맛인데 이것저것 선택하다 낭비되는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보존하자는 나름의 인생 철학을 반영한 습관이기고 하다.
- 내 편. 내 말을 들어줄 내 편.
- 평화. 생각이 많으면 용기는 점점 사라진다.
- 멀리서 봐야 행복이더라. 지난간 것에 후회할 필요는 없다. 상처쯤은 있어야 사람 사는 것이고 멀리서 한눈에 보면 누구나 빈틈없이 행복한 거니까.
악마의 디테일에 있다
- 흠 없는 인생은 없더라. 우리 인생도 좀 떨어져서 봐야 한다. 우리 인생도 멀리서 보면 결국, 희극이다.
- 마티에르. 부드러운 수채화처럼 살지는 못했지만 거친 유화처럼 사는 인생도 아름다운 거니까.
- 벚꽃상념. ‘영원한 것은 절대없다’, 팝콥 터지듯 활짝 핀 벚꽃이 곧 쏟아질 비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아쉬움 때문이다.
- 문득, 문산. 너나 나나 여기까지밖에 못 가. 경쟁에 지칠 땐 이게 위로가 되더라.
- 상상채색. 오묘한 우주 같은 사람을 천만 가지 색 중의 하나로 표현하는 건 그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 길을 즐길 중 아는 나이. 길을 놓쳐도 길은 결국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나이 정도는 되니까 좀 돌아가더라도 괜찮다. 좀 돌아가도 거기서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는 나이 정도는 되니까 더디 가는 게 괜찮다.
- 매일의 위로.
- To. 빈센트 반 고흐.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 수염을 기르고 싶어서 하는 말. 퍼스널 브랜딩,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사회.
지우개의 쓸모
- 지우고 싶던 그 아픈 흔적쯤 좀 보이면 어때? 흠 없이 사는 인생은 없는 거니까. 오히려 덧칠하듯 그린 게 그림을 꾸며주니까 별로 티도 안 나.
- 컨투어 드로잉. 인생은, 그림은 예측할 수 없어 아름답다.
- 으른의 커피. 진지함과 웃음이 섞여 떠들썩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기까지 한다.
- 말의 번뇌. 108계단에서 번뇌가 떠올랐고 자연스레 최근 고민하고 있는 말의 번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 결핍 예찬. 가난했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여백 예찬. “여백은 ‘없다’는 뜻이 아니야. 여백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오히려 꽉 채운 것보다 풍부하다니까. 그리니까 이 그림은 꽉 채워져 있는 거야.”
- 말끔보다 지저분. 되돌리기의 단축키 ‘Crtl+Z’는 인생에 없다. 흠 잡힌 기억을 지울 수는 더더욱 없다. 시간이 지나 꾸역꾸역 잊으며 사는 게 지혜다. 후회야 늘 있지만 덧칠하면 금세 또 잊히니까.
- 구태여 모래라도 밟아 보겠다고 이 바다를 찾았지만 그해 여름과 가을의 폭폭했던 감정은 12월의 차가운 바닷바람에 금세 잊히고 말았다.
외워 그리는 그림, 외워 사는 인생
- 오늘 겪은 모든 일이 다 소중해진다.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는 뜻. 난감할 때 사용할 치트키 몇 개는 갖고 살아야 한다는 뜻. 그래서 인생이라는 그림을 재미잇게 잘 완성하자는 뜻.
- 경험으로 산다는 것. 시간만큼 공평하게 누구의 삶에나 주어지는 게 이런 기준점이 아닐까? 다만,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아는 건 다른 문제. 지혜롭다는 건 이걸 잘 사용할 줄 아는 것이라 생각했다.
- 진심 찾기. 오해하기는 쉬운 거니까 ‘진심’을 찾아보겠다는 마음만 간절하다.
- 리추얼. 의례, 무력감을 극복하고, 심리적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으려는 일종의 습관.
- 무드리 방앗간. 내 인생, 아직도 곁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예찬.
- ‘흐리다’를 위한 변. 오늘 같은 날씨는 ‘흐린 날’이 아니라 ‘구름 낀 날’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 고목과의 대화. 사는 게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 걱정 마, 잘될 거야. 너도 그럴 거야.
- 활력 찾기. 일상은 가끔 이렇게 훅 들어와 가슴을 친다.
- 순천 : 순간을 천천히. 사람은 결국 다 비슷하다. 아니면 말고.
빛은 어둠으로 그린다
- 지금 힘들고 지쳐 있다면 이건 어둠을 칠하고 있는 중이며 아주 밝은 내가 동시에 그려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니까 오히려 설렌다. 엄청 설렌다.
- 오십 예찬. 해 지기 전의 지금이 어쩌면 가장 뜨거운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붉게 물들일 만큼 노련하게 뜨거울 나이라고 생각했다.
- 봐봐 밝음과 어둠이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온갖 색의 화려함으로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은 밋밋해도 깊이가 있어 보인다니까, 우리, 너무 애쓰지 말자.
- 눈이 부시게. 눈부신 햇빛 때문에 만들어지는 그림자의 어둠이라면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눈부신 나의 날을 위해 이정도의 어둠은 오히려 꼭 필요한 거니까.
- To. 예쁜 아무개. 못생긴 ‘내’가 있어서 ‘너’가 빛나는 거야.
- 은하수를 보는 법. 차가운 겨울밤이면 적막한 밤의 소리와 별이 빛나는 하늘이 아롱지게 생각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다독거려 준다.
- 석촌호수와 피아노 맨. 소리는 몇 마디 말보다 풍성하게 공명되어 가슴을 쳤는지 모른다.
그림은 시간으로 그린다
- 인생을 사는 건 라면 끓일 때 물 맞추는 일이라고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 결국 경험이라고 결론 내린다. 수채화도, 인생도, 라면도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살에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 쓸쓸함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마음을 비운다거나 일부러 고독해지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 소나기. 어그러지고 무질서한 것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게 소나기, 어쩌면 우리 사이에 소나기가 지나갈지 모르겠다. 그땐 숨죽여 이 비가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 사이드 미러. 어떤 선입견이나 오해의 거울을 걷어내면 훨씬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꽃비, 마지막 찬란한 몸부림. 꽃비, 좀 천천히 가지 그러니.
- 낡음 예찬. 점점 낡아져 가고 있는 내가 아직 쓰임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물은 사라지더라도 추억은 스며든다
- 색은 이리저리 물을 따라 움직인다. 물이 말라 사라지면 색은 지나온 흔적 그대로 종이에 스며들어 추억의 무늬를 만든다.
- 응집력 대 중력. 어디에나 있으면서 한결같이 힘과 방향을 갖추고 있는 사람.
- 오월. 오늘 하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쪽을 선택하는 낭만.
- 떨어져 생을 끝내는 그런 애처로운 슬픔이 아니었다. 어쩌면 여름내 그리워하던 땅과의 재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떨어지는 게 다 슬픈 건 아니다. 낙엽…
- 수채화에 담긴 지혜.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 물은 주변에 순응하고 욕심이 없다. 비켜 갈 줄 알고 섞일 줄 안다.
- 근심관리법. 살아보니, 그때분이야. 뭐, 별일 없더라고. 맘먹기 나름.
- 키오스크 아웃. 사는 게 퍽퍽할 때 찾아와 인간미 흠뻑 젖을 수 있는 삐삐 시대 이전의 응팔 시대.
- 바나나. 까칠한 껍질인데 속은 물러 터진 하얀 속살. 꽁꽁 싸맨 껍질을 훌러덩 벗고 맨살을 고스란히 드러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좀 하고 살아야한다.
그림은 나이로 그린다
- 늦지 않았다.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니까. 그만큼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하게 많기도 하니까.
- 은퇴. 은퇴의 삶은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다. 노랑이 가득한 가을이 오면 나는 나의 생이 행복할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 지하철 블루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가.
- 비워내기. 살짝 부는 바람 소리에 새소리가 섞이니까 좋았고 지는 해가 만든 진하고 긴 그림자도 꽤 좋았다.
- 아버지. 어쩌면 죽는 날까지 아버지의 시간으로 천천히 아버지를 이해하는 게 아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버지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 고양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거다.
- 낭만에 대하여. 아름다운 시절. 추억을 생각하는 시절.
- 아무튼 위로. 무슨 일이든, 당신이 옳아요. 너무 고생 많았어요.
- 끝. 더 갈 수 없이 ‘끝’일 때 서운하고 아쉬운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 나의 ‘끝’이 이 그림처럼, 이 마을처럼 가장 좋은 것들만 남아 영롱하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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